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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들/먼 곳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요일 오후, 친한 친구의 딸아이 돌잔치가 끝나고 근처에 있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을 갔습니다.

아이들은 나들이에 마냥 신이나나 봅니다.

아직 역사를 이해하기에는 어리지만 그래도 자주 보여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저도 처음가보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목적지를 정했습니다.

주차를 하고 입구까지 걸어간 후 표를 샀습니다. 표파는 곳이 과거에는 출입 관리 했던곳 같더군요.


구에는 영화에서 본듯한 느낌의 망루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올라가지 못하는 망루지만 과거에는 우리의 독립투사들을 감시하는 역할을 했다고 하는군요...

먼 발치에서 망루의 창문부근을 보니 민들래 꽃이 피어있어서 과거의 아픔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쪽에 형무소 체험이라고 돼 있는곳은 당시 쓰던 고문기구나 결박용 기구들이 전시 되 있었습니다.

그리고 독립투사들을 감금했던 독방 등의 감금 시설두요...

사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 강점기에만 쓰여진건 아니랍니다. 1980년대 까지도 서울 형무소로 사용이 됐다는데...

사실... 실제 시설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을 위해 보여주겠다는 생각도, 사진을 찍어서 남겨둬야겠다는 생각도 사라져 버렸습니다.

순간 느끼는 전율과 소름...

관람 장소는 감금시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보는 내내 이곳에서 실제로 수많은 사람들이 갇혀있었고 죽어 나갔다고 생각하니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자랑스런 우리의 조상들의 역사이지만.. 그런것을 아이들을 위해서 보여주려 했습니다만...

그저 부모된 마음에서는 아이들을 위해서 이런상황이 다시 재현 안됐으면 하는 생각밖에 안들었습니다.

이런 끔찍한 상황들을 내 아이가 모르고 자랐으면 하는...















러나 역사의 현장은 한치의 양보가 없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많은 부분 복구하고 재현한 장면과 설명, 그리고 사진들 뿐이었지만 당시 상황을 느끼고  남을만큼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오랜기간동안 그 아픔의 고통과 고마움을 너무 모르고 지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역사의 현장을 근대화와 함께 허물어버리려 했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한편으로는 분노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금은 한낮 철없는 아이들이지만 그래도 이해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빠, 이아저씨는 뭐하는거야?"

"여기 사람들이 갇혔었어? 왜?"

"이걸로 손을 묶어? 발도? 왜?"

선우의 계속돼는 질문에 뭐라 답해주기 무척 어려웠습니다.

"선우야, 예전에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침략했을 때 그때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이 우리를 위해서 일본과 싸우다 여기 붙잡히셨어.. 지금은 니가 어려워서 이해하기 힘들지만 조금 더 크면 알게될꺼야.."

정말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쉽지 않았습니다.

렇게 말하는 내내 계속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만납니다.

설명하기 위해 쉽게 풀려고 해도 풀면 풀수록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아이들 때문에 그냥지나치기 쉬운 설명들을 자세히 보고 있으니 토하고 싶다는 생각만 납니다...

"얘들아 저기 밖에 나가자..."

많은 내용이 전시 돼 있었으나 다 보지 못하고 사진도 못찍었습니다. 아니... 찍기 싫었습니다. 기억하면 할 수록 심란했습니다.

선한 공기도 마실겸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으로 나오니 형무소 벽에 대형 태극기가 마주보고 걸려있습니다.

"아빠, 저 저기서 사진찍어주세요."

평소 사진찍기 싫어하는 선우가 먼저가서 포즈를 취합니다.

거대한 태극기를 카메라 뷰 파인더로 바라보고 있으니 뭔가 맘이 찡해옵니다.

'이런 찡한 마음... 정말 오랫동안 잊고 있었는데...'

우가 찍고나니 연서도 오빠 따라서 포즈를 합니다.

"아빠, 나두나두"

이 조그마한 녀석들 뒤에 걸린 태극기...

너희들이 앞으로도 자손만대 살 나라가 바로 이 대한민국이다... 잊지말고 건강하게 자라라...






진을 찍고서는 마냥 신나서 뛰어다닙니다.

아이들에게 과거의 아픔을 생각하면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같은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강하게 키워야 하겠지요. 우리 역사를 잊고 산다면 같은일이 또 반복될겁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랄 대한민국이 더욱 강한 나라가 돼길 바랄 뿐입니다.




왕산을 배경으로 한 서대문형무소...

인왕산의 역사만큼 아픔도 함께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형무소 시설 옆으로 나환자 수감시설이 있고 그 시설을 지나면 사형장이 있습니다.








형장은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습니다.

안으로 들아가서 설명을 들었습니다. 시설도 보았습니다.

이곳이 역사의 현장인걸 생각하니 사진촬영을 금지하지 않았더라도 찍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습니다.

과거 일제 강점기부터 근대사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이곳...

사형장 입구에는 커다란 미루나무가 있습니다. 수많은 사형수들이 그곳을 잡고 통곡했다고 하니...

오랜세월동안 아픔을 지켜봐 왔을 미루나무의 삶도 기구하기만 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머지 시설들을 둘러보고 재빨리 밖으로 나왔습니다.

"엄마, 나 시야..."

연서가 화장실이 급하다 합니다.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더 보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바깥쪽 입구 조금 아래쪽에 독립문이 있습니다.

독립문이 세워질 당시 우리 조상들은 얼마나 가슴 뿌듣했을까요...

그러한 조상들의 뿌듣함과 애절함을 지금세대를 사는 우리는 알고나 있는걸까요...

으로 가기 위해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아이들은 솜사탕을 사달라고 때를 씁니다.

솜사탕을 입에 물고 마냥 흐믓해 하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이 걸어가는 길 옆 담 너머에 우리 미래를 위한 뼈아픈 과거가 있었다는것을... 언젠간 녀석들도 알겠지요...





거의 아픔은 우리의 아이들이며 미래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는 하루였습니다.







이 글과 사진을 정리하는 지금까지도... 그당시의 아픔이 느껴지는 듯 합니다.












- 소 한 상 -







** 주) 역사관 내에서는 옥사 및 야외의 사진촬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다만 전시관, 사형장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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